2012-03-19

관람평 - SWR Sinfonieorchester - 브람스, 림, 시벨리우스

3월 18일 2012년,

SWR Sinfonieorchester - Brahms, Rihm, Sibelius

----- 공연장 사진
 2층 내가 좋아하는 명당자리!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자리였다. 운좋게도 비싼표를 8유로에 사는 행운을...


----- 공연 개요

Johannes Brahms (1833-1897)
»Tragische Ouverture« d-Moll op. 81

Wolfgang Rihm (geb. 1952)
»Drit ter Doppelgesang«
für Klarinette, viola und Orchester 1. Agitato 2. sonetto 1 (Lento con moto) 3. notturno (Adagio)
4. sonetto 2 (Grave, Andante) 5. Tempo Giusto

PAUSE

Wolfgang Rihm
»Magma«
für großes Orchester

Jean Sibelius (1865-1957)
Sinfonie Nr. 7 C-Dur op. 105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 Jörg Widmann, Klarinette Antoine Tamestit, viola
Dirigent | Lothar Zagrosek


----- 연주단체 소개
SWR는 두개의 교향악단을 가지고 있는데 한곳은 프라이부르크(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를, 다른 한곳은 슈투트가르트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데, 두 악단의 정확한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슈투트가르트가 바덴뷔르템부르크의 주도(한국으로 따지면 광역시?)이니 슈투트가르트가 좀더 잘하지 않을까? 일단 남서독 방송 교향악단으로 알려진 SWR Sinfonieorchester Baden Baden-Freiburg(한국어위키링크)는 나름 현대곡들에 강점이 있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명성이 있는듯 하다. 베를린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독일 안에서 5손가락 안엔 꼽지 않을까 싶다.


----- 연주 장소
Konzerthaus Freiburg(위키링크)는 1996년에 완공된 뒤 SWR의 전용 연주홀이 된듯 하다.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눈에띄는 건물이라 이 도시의 얼굴마담같은 장소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아무튼 이 도시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로비는 상당히 화려하고 내부가 쾌적하다. 연주홀 내부는 천정이 너무 높아서인지 소리가 많이 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간이 없다. 클래식 연주만을 위한 홀은 아닌듯 하고 여러 다목적으로 돌려 쓸 생각으로 번지르르하게 지은것 같다. 분위기로 봐서는 국가원수급 정상회담도 가능할듯? 


----- 연주 곡목
브람스 (1833-1897)
»비극적 서곡« op. 81

볼프강 림 (1952-)
»Dritter Doppelgesang« (번역: 세번째 이중창)
클라리넷, 비올라 그리고 오케스트라 

»마그마«
대규모 오케스트라

시벨리우스 (1865-1957)
교향곡 7번 op. 105


----- 전체 감상평
앞서 적었듯이 연주 장소의 잔향(hall ambience)이 많아서 세밀하게 들리지 않고 뭉텅이 져서 들리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베를린필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CD연주와 비교했을때 최고 명반의 90%정도 수준은 따라가는 것 같았다. 확실히 유럽대륙의 연주는 달랐다! 뭉텅이 지는 사운드만 빼면 최고였다. 8유로의 저렴한(!) 가격에 좋은자리(!)로 봐서 그런지 만족감이 상당했다. 림의 '마그마'는 오르간이 필요한 곡인데 연주장에 오르간이 없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오르간 사운드는 총주(tutti)에서는 괜찮았으나 조용한 부분에서는 스피커사운드가 실제 악기 연주와 섞이지 않는것이 여실히 드러나 아쉬웠다. 오르간의 스피커 배치도 부자연 스러웠다. 실내 조명은 노인이 많은 클래식 공연 특성상 안전사고를 대비해서인지 조금 밝게 했는데 공연집중을 위해 완전히 끄거나 어둡게 했으면 좋겠다. (독일 클래식 공연장에는 40대 미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 현대음악 공연장과는 전혀다른 연령층과 럭셔리함에 조금 멍했다. 볼프강 림의 60세 생일 기념 연주라 그런지 그가 직접 와서 무대인사도 했다. 이제 60세라 그런지 다리도 좀 불편해 보이고 건강이 안좋은듯 보였다. 림은 상당한 대두다.(나도 대두인데 나보다 훨! 더큼)


----- 세부 감상평
첫곡: 브람스는 아주 훌륭했다. 훌륭하긴 한데 전설의 명반급들에 비하면 좀 부족하다. 너무 유명한 곡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번째: 림의 "세번째 이중창"(2004)은 고전적 편성인 '이중 협주곡'을 사용했다. 클라리넷과 비올라를 대칭적으로 사용했다. 오케스트라는 피아노의 역할을 하는것 같아 마치 트리오를 보는듯 했다.  내 수준에서는, 작곡가의 의도를 음악에서 읽어낼수 없었다. 왜 다섯개의 악장으로 나뉜 고전적인 방식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작곡 테크닉을 봤을때는 굉장한 완성도(림은 세계적인 작곡가다!) 이지만 이 곡은 청중들의 관심을 계속 집중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나만 그런게 아니라 주변에 다들 힘들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곡이 끝나고 작곡가인 림이 무대에 나오자 박수는 많이 나왔다.

세번째: 림의 "마그마"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이다. 대비적인 강약과 자극적인 타악기사용이 빛났다. 해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마그마가 터지는 화산을 표현한것이 분명하다. 타악기를 이처럼 자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는 방식이 헐리우드 영화음악에 영향을 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반지의 제왕3' 마지막에 용암 솓구치며 반지를 떨어뜨리는 장면에 삽입하면 정말 딱일것 같았다. 림은 헐리우드에 진출해도 최고의 찬사를 받을것 같다. 큰북과 피콜로를 강하게 혼합된 리듬의 유니즌으로 쓴 것은 대단한 효과가 났다. 아마도 조만간에 도서관에 이 악보를 빌리러 갈것 같다. 연주도 최고였다. SWR는 이런 드라마틱한 현대음악에 강한 면모인듯?

네번째: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은 사실 다른 생각하느라 거의 못들었다. 말끔하고 정석적인 연주였다. 명반CD와 비슷한 연주였다. (이쯤 들으니 CD사느니 연주회장 오는게 좋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듣던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 마치며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볼프강 림은 관심이 안가는 작곡가지만, 그가 쓴 이 글은 공감이 간다.

"음악은 (말이나 글로) 설명할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계속해서 많이 겪어보면 (나도 모르게) 알게 되고 아마도 자신의 관념과 생각들에 응답할수 있다.
이러한 (음악을) 듣는것, 인지하는것은 (음악적) 대화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모든 음악에 대해 자신을 그 음악에 대입하여 이중주를 그려볼수 있다-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경우가 되겠다." (절반은 의역임...) - 볼프강 림

볼프강 림의 60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데(원래 그랬나?) 좋은 모습 찾으면 좋겠다.

2012-03-15

관람평 - ensemble recherche - 림, 스틴-앤더슨

2012년 3월 14일

ensemble recherche

----- 공연포스터: 집앞 트램정류장에 붙은 찌라시(?)



----- 연주회 설명
14_03_12
H E U T E ! Freiburg, 5. Konzert: Fremde Szenen
Die Zukunft beginnt um 19.15 Uhr!
Neues aus den Kompositionsklassen an der Hochschule für Musik Freiburg.
Vier junge Komponisten stellen sich mit der Uraufführung eines Solostücks vor.
Diesmal: Jan Esra Kuhl aus der Klasse von Prof. Jörg Widmann
Flirrendes Eisen - für Flöte, es spielt Martin Fahlenbock.
Fremde Szenen
„Wo ist der Künstler, wo ist das Kunstwerk während des Schaffensprozesses? Beide sind sie nicht sich selbst und dennoch voneinander alles, ohne einander nichts. Bei Schumann kann ich genau das hören“, schreibt Wolfgang Rihm zu seinen Fremden Szenen für Klaviertrio, seinem „persönlichen Porträt Schumanns“. Und der junge dänische Komponist Simon Steen-Andersen setzt beide in Szene: Schumann und Rihm.
Wolfgang Rihm: Fremde Szene I – III (1984)
Simon Steen-Andersen: Im Rauschen (2012)
Uraufführung

----- 연주단체 소개
ensemble recherche는 1985년에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창단된 현재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현대음악 연주단체다. 9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휘자는 없는듯. 이름이 불어로 되있는데 독일악단이다. 내가 사는 이곳은 독일이긴 한데 스위스 프랑스 국경근처라 지명 이름에도 불어가 가끔 있다.

----- 연주 장소
Morat Institut라는 곳인데, 미술전시나 화랑으로도 쓰이는 모양이다. 우리집 근처에 있어 자전거타고 5분이면 간다. 맞은편에 Edeka 마트가 있어서 배고플때 와도 먹을게 풍부! 교통은 구리다. ensemble recherche(발음:앙상블 리혜르혜?)의 전용 연주장소인듯 하다.

----- 연주 프로그램

볼프강 림: Fremde Szene 1, 2, 3 (번역: 낯선 풍경)
스틴-앤더슨: Im Rauschen (의역: 무아지경에 빠져(?)...번역불가...)
스틴-앤더슨: Töne, still (번역: 소리들, 고요한)

----- 전체 감상평

전체 연주회는 슈만에 관계된 곡들이다. 볼프강 림의 Fremde Szenen(1984)도 슈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신인(?)작곡가 시몬 스틴-앤더슨도 슈만의 곡 Liederkreis op.39의 가사를 사용해 작곡했다.(곡에 가사는 없고 그냥 가사의 영향만 받은거 말함, 무언가 같이?)

맨 앞자리에서 봤는데 생애 처음으로 CD보다 실연주가 좋다고 느꼈다. 역시 음악회는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오늘 깨닭았다)

----- 세부 감상평

볼프강 림: 낯선 풍경(1984)
볼프강 림은 현재(2012)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로 손꼽힌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작곡가는 아니지만 팬층이 두껍다. 새로운 단순성(new simplicity)으로 음악계에 큰 획을 그었는데, 이곡은 그런것과는 거리가 멀고 신낭만주의로 보인다. 슈만의 트리오(피아노,바이올린,첼로)를 현대적으로 편곡해 놓은 느낌이다. 림은 본인의 작품설명에서 슈만이 썼던 Szenen(풍경)들에 영향을 받았다고 적고 있는데: 자연과 인간세계, 숲과 어린이 내면을 대변함, 등 Szenen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한데, 사실 자세한 표현은 너무 철학적이라 짧은 나의 독어실력으로 해석이 불가하다...

시몬 스틴-앤더슨: 2개의 상황- ('무아지경에 빠져(?)', '소리들, 고요한') (2012 초연)
유명한 작곡가는 아닌데 다름슈타트 하기음악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바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이며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다(걍 온라인 친구다...) 덴마크 작곡가인데 프라이부르크에서 마티아스 슈파링거사사, 등 여기저기서 공부한듯. 이번 연주회에서는 재미있는 시도를 했는데 악기 안에 작은 스피커를 집어넣어 입으로 불지않고 스피커-악기를 통한 증폭음으로 연주한다. 강력한 사운드는 절대 아니고 아기자기한 귀여운 사운드이다. 설명하기가 복잡한데, 다시 설명해 보자면: 관악기 안, 마우스피스 앞에다 작은 스피커를 설치하고, 관악기의 버튼을 누르면 버튼에 해당하는 음정이 난다. 그런데 단순히 음정만 나는건 아니고 살짝 변조된(frequency modulation이나 ring-modulation같다)소리가 난다. 페이스북을 보아하니 이곳 연주장에 온것 같은데 커튼콜은 못받았다. (ㅋㅋㅋ) 뭐 열열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작곡가다.

----- 마치며
앙상블리혜르혜(이게 받음이 맞는건지는 모른다... 그런데 일케 말하면 다들 알아듣더라...)의 연주회는 항상 허접한 미술관에서 열리는데 항상 매진(거의)이다. 집앞에서 이런 멋진 연주회를 볼수 있다는것은 정말 행운인듯 하다. 자주 가려고 하는데 귀찮아서 못가곤 하는데 이젠 매번 가야겠다. 프라이부르크에 살고 있다면 거리에 찌라시가 자주 붙으니 가면 좋다. 학생은 5유로로 할인이고 가끔 음대와 연결된 공연은 무료일때도 있다.(학생증 지참) 일반요금은 10유로. 암튼 프라이부르크 자랑거리중 하나인 연주단체다. 근데 왜 이름은 불어로 지었나?